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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특허 ‘속빈 강정’ 벗어나야 국가 생존···

관리자 │ 202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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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110조…특허 경쟁력은 C학점

정부가 내년에 대학, 정부 출연 연구기관, 기업에 지원하는 R&D 예산은 30조 원이다. 기업의 자체 R&D 예산까지 포함하면 국가 R&D 규모는 총 110조 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R&D 예산 비중은 이스라엘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 특허 출원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3대 국제표준화기구 선언 표준특허 건수만 보면 지난해 세계 1위이다. 정부가 산학연에 R&D 자금을 지원해 나온 국내외 특허 출원 건수만 3만 6,000여 건(2019년)이나 된다.

문제는 전체 R&D 인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과 출연연에 이른바 ‘장롱특허’, ‘액자특허’가 많다는 점이다. 한 건의 특허 출원을 위한 정부의 R&D 투입 비용은 약 6억 6,000만 원이나 건당 기술료 수입은 3,000만여 원에 그친다. 출연연이 보유한 4만여 개 이상의 특허 중 실제 활용되는 것은 36%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대학과 공공 연구소의 기술이전 효율성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기술이전 계약 건당 수입을 보면 미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경우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루트(Route) 128, 노스캐롤라이나대와 리서치트라이앵글 등에서 산학 협력이 활성화돼 있다. 노스웨스턴대는 바이오·생명과학 등 28건의 임팩트 있는 특허로 1조 원가량의 로열티 수입을 올린다. 우리는 매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시즌이면 R&D와 특허의 비효율성이 단골 메뉴로 오르지만 좀처럼 생태계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R&D를 통한 특허 수익이 여전히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은 대학이나 출연연의 기술이전 수입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전국 대학의 기술이전 수입은 총 1,019억 원에 그쳤는데 국내외 특허 출원·유지비로 668억 원을 썼다. 여기에 수입의 절반가량은 소속 연구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출연연의 상황도 대학과 대동소이하다. 기업들의 특허 전략이 부족하기도 마찬가지다. 특허청 차장을 지낸 천세창 변리사는 “대학과 출연연은 물론 삼성과 LG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도 특허 수익화에 소극적”이라며 “시장에서 제품과 사업을 보호할 수 없는 특허나 수익화가 불가능한 특허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벨상을 지향하는 미래·원천·거대 과학 분야를 제외하고는 수익화·제품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R&D·특허의 비효율성 도돌이표를 끊어내야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IP(지식재산권) 허브 코리아’ 추진 경험이 있는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특허 수익을 통해 R&D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내 대학이 미국 스탠퍼드대·MIT처럼 R&D와 기술 사업화의 선순환을 꾀해야 한다”며 “대학과 출연연의 TLO(기술이전 조직) 기능을 강화하고 국내 특허 수익화 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은 “대학과 출연연에서 특허의 질을 따지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기업도 산학 협력 과정에서 전용실시권(독점권)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재주는 곰이 넘고…’ 특허 관리 못해 부메랑 맞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 연구원들이 창업한 뉴라텍(반도체 설계 전문 팹리스)의 경우 특허를 외국에 매각했다가 국내 기업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당초 뉴라텍은 삼성전자에 와이파이 기술이전 대가로 약 340억 원 규모의 로열티를 받으려다가 협상이 결렬되자 비슷한 가격으로 미국 아틀라스글로벌테크놀로지(AGT)에 매각했다. 지식재산관리회사(NPE) 아카시아리서치의 자회사인 이 회사는 삼성전자에 스마트폰과 QLED TV 등의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720억 원 이상의 로열티 소송을 냈다.

앞서 ETRI는 1996년 삼성·LG·현대 등과 함께 디지털 이동통신을 위한 코드분할다원접속(CDMA)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하지만 미국 퀄컴이 표준특허를 갖고 있어서 우리 기업들은 총 9조 원 이상의 로열티를 내야 했다. 이런 식으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지불하는 로열티 규모가 천문학적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 3조 5,000억 원에서 4조 원, LG전자가 연 2조 원가량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는 특허·상표·디자인·실용신안·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적자가 18억 7,000만 달러에 달했다.
 

세계 특허 수익화 시장(라이선싱·특허 매각)은 연 800조 원에 달하는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2019년 세계 지식재산 라이선스 수입의 32.5%를 차지하며 유럽연합(EU) 전체와 맞먹을 정도다. 일본은 미국의 3분의 1가량 된다. 미국은 나스닥에 상장된 NPE만 20여 개나 된다. 포트리스·바든힐·칼라캐피털 등의 많은 자금이 특허 등 IP 수익화에 투자하고 있다. 특허권·라이선싱권 행사나 소송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등의 IP 경매도 활발하다. 현지 대표적 NPE인 인터디지털(ID)은 나스닥에서 수조 원의 기업 가치를 보이고 있다. 일본(MPEG LA), 유럽(SISVEL) 등에도 전문 NPE가 많다.

우리 정부는 특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11년 ID(Intellectual Discovery)라는 회사를 출범시켰으나 경험 미숙과 경쟁력 부족으로 사실상 실패했다. 국가기술거래소(KTTC)도 마찬가지다. 대학과 출연연의 TLO도 전문 인력, 경험, 전략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미국·독일·이스라엘 등의 TLO가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실리콘밸리나 난양공대의 경우 R&D를 특허로 연결해 수익화하는 시스템과 문화가 잘돼 있다”며 “한국 대학이나 출연연·기업들을 보면 여전히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시절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특허에 투자하는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대표를 했던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우리 미래의 주역인 벤처·스타트업이 질적 성장을 꾀하고 글로벌화 하려면 IP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 간 대학·공공연의 기술료 비교.


 



◇국내 기업들도 외국 비하면 특허 활용 ‘아마추어’

해외 기업들의 특허 전략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노키아의 경우 스마트폰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명하고도 피처폰에 취해 있다가 휴대폰 사업을 접은 아픔이 있다. 하지만 현재 통신 표준특허로 연 1조 8,000억 원의 로열티를 벌며 세계 1~2위 통신 기업이자 특허 수익화 기업으로 변신했다. 아마존은 과거 원클릭(1-Click) 특허로 반스앤노블을 제압하며 온라인 서점을 장악했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 후지필름은 디지털화로 카메라 시장이 위축될 때 ‘화학합성’과 ‘필름가공’ 특허 기술을 활용해 지금은 화장품·제약사로 변모했다. 에볼라 치료제인 아비간이 이 회사 제품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특허 수익화에 소극적이다. 세계 최초의 MP3 표준특허를 개발하고도 정작 특허권을 미국에 넘겨주는 바람에 미국 NPE(텍사스 MP3 테크놀로지)가 세계에서 3조 1,500억 원의 로열티를 챙기도록 했다. 이동통신 및 방송의 결합인 DMB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확보하고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표준특허 선점에 실패해 시장을 잃고 말았다.
 

위 사진은 특허 수익화를 잘하고 있는 노키아와 상대적으로 부진한 LG전자. 아래 표는 LG전자와 노키아·에릭슨의 5G·4G 표준특허 비중 비교.



LG전자의 경우 노키아나 에릭슨보다도 많은 4G·5G 표준특허를 가지고 있으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지 7개월이 넘었지만 보유 특허의 수익화 방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무기를 갖고도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천 변리사는 “LG전자가 IP 수익화 노력을 적극 전개하면 노키아 이상의 로열티 수입도 가능할 것”이라며 “대학·출연연은 물론 기업들도 다시 한번 특허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성품과 부품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소송보다 협상 위주의 특허 전략을 구사해온 것에 비해 LG전자는 완성품 제조 중심이어서 좀 더 자유로운 입장에서 IP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하청·협력 업체인 국내 중소·중견 기업은 우량 특허를 보유하고도 대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국제 특허 소송에도 수동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허 수익화 전문 기업인 IDEA HUB의 임경수 대표(미국 변호사)는 “국내 기업·대학·연구소는 해외 특허 수익화 경험이 부족해 해외 기업이나 NPE와의 협상에서 손해를 많이 본다”면서 “뉴라텍 사례처럼 국내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300개 이상의 NPE가 활동하지만 국내 환경은 척박한 상황이므로 국내 NPE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내 기업의 IP 부서와 대학·출연연의 TLO도 라이선싱, 특허 침해·시장 분석, 마케팅 등 전문가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며 “R&D와 특허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천 변리사도 “특허에 관한 민간 투자가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임팩트 있는 R&D와 양질의 특허 창출이라는 선순환을 꾀하지 않고서는 4차 산업혁명과 미중 패권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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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2TY64HV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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