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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인공지능(AI)이 발명품 내놓자, 온세계가 '골머리'...특허권은 누구에게?

관리자 │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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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인공지능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인공지능(AI)은 과연 발명자가 될 수 있는가’ 

성큼 다가온 AI 시대에 이 질문은 더 이상 허황돼 보이지 않는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AI의 발명품에 대한 특허 출원이 이어지면서 영화에나 나올 얘기가 현실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주요 국 특허청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이 주제로 회의가 열려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캐나다 등 7개 나라의 특허청 대표가 참석했다. 김용래 한국 특허청장 등 참석자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김지수 한국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이 좌장이 돼서 진행한 회의에서 각국 특허청 법제도 담당자들은 AI에 의한 발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날 회의에는 총 26명이 참여했다.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 영국, 호주, 캐나다 특허청 대표들이 지난 8일 온라인으로 국제 컨퍼런스(회의)를 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인공지능(AI)가 개발한 발명품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허청 제공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 영국, 호주, 캐나다 특허청 대표들이 지난 8일 온라인으로 국제 컨퍼런스(회의)를 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인공지능(AI)가 개발한 발명품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허청 제공

안토니오 캄피노스 유럽연합 특허청장은 “인공지능(AI)인 ‘다부스(DABUS)’에 의한 특허 출원이 등장하면서 AI 발명자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해졌다”면서 “투명한 정보공유를 통해 안정된 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렇다할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각국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데 주력했다. 참석자들은 “사람이 아닌 AI가 발명자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계 특허를 이끌어가는 전문가들이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이번 회의가 AI 발명자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정립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지식재산의 정책 관점에서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제도화의 기반을 다져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런 회의, 왜 열렸나. 

이 회의는 ‘다부스(DABUS, 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라는 이름의 AI가 스스로 발명했다는 기술이 16개국에 특허 출원되는 상황이 빚어지면서 열리게 됐다. 

미국의 AI 개발자인 스티븐 테일러 교수는 자신의 AI 프로그램인 ‘다부스’가 자신도 모르는 발명을 스스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2018년부터 한국 등 전세계 16개국에 특허를 출원했다. 테일러 교수는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에 대해 학습한 뒤 식품 용기 등 2개의 발명품을 스스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다부스는 ‘레고처럼 오목·볼록부가 반복된 프랙탈 구조를 가져 손에 쥐기 쉬운 식품용기’와 ‘신경 동작 패턴을 모방해 집중도를 높여주는 램프’ 두 가지를 발명했다. 

이후 다양한 논쟁이 일었다. 논쟁의 핵심은 이렇다. 

만약 AI가 개발한 기술이 진보성이나 혁신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존 기술과의 차별성이 뛰어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됐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 기술의 특허권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맞는 것일까. 특허권은 AI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AI를 개발한 사람에게 돌아가야만 할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AI를 구동시킨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 정답일까. 아니면 AI에게 특허권이 가야만 하는 것일까. 

■실제로 출원된 AI 특허, 대응은 제각각 

AI가 발명했다는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놓고, 세계 각국의 대응은 달랐다. 한국·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사람만이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특허 등록을 거절했다. 하지만 호주와 남아공은 AI를 발명자로 인정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영국·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는 현행 특허법으로 보면 자연인만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특허 등록을 거절했다. 한국의 특허법과 관련 판례는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고, 자연인이 아닌 회사나 법인, 장치 등은 발명자로 표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특허청은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호주 특허청은 특허 등록을 거절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지난 8월 호주 연방법원은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최초의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대한 2심은 현재 진행 중이다. 

호주 연방법원이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이유는 여러가지다. 하나는 관련 법에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이 아닌 발명자를 배제하는 조항도 없다는 것이다. 발명자를 뜻하는 단어인 ‘inventor’가 ‘엘리베이터(elevator)’ 등과 마찬가지로 발명하는 물건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특허청의 경우는 AI도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의 검토는 생략한 채 형식적 심사만을 거쳐 지난 7월 특허를 부여했다. 남아공은 다른 나라와 달리 특허등록 전에 특허청에서 실체 심사를 하지 않는 특이한 제도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한국 특허청은 AI가 만든 발명에 대한 특허 인정 문제가 앞으로 국내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다양한 대응에 나섰다.

우선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AI 발명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앞으로 AI를 발명자로 인정할지, AI가 한 발명의 소유권을 누구에게 줄지, AI가 한 발명은 어떻게 보호할지 등을 다각적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협의체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법제, 기술, 산업 분과로 구분하고, 분과별로 15명 내외의 AI 전문가로 구성했다. 법제 분과의 경우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와 AI가 한 발명의 특허권은 누구에게 귀속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허청은 또 AI가 발명한 기술 보호의 필요성 등에 대한 정책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은 “AI에 의한 발명의 보호 방안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선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도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이 미래의 사회·경제는 물론 과학기술 혁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범정부 차원에서 특허제도를 포함한 AI 종합 전략 등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유럽에서는 AI와 관련된 제도 개선은 ‘인간중심적 접근법(human-centric approach)’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사람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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